제목| 소소가 밥상이 자꾸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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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17-11-05 01:33 작성자|3박 했어요 조회|1,8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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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가에서 이번 주중에 어머니와 3박 했습니다.
차 없이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해 움직이는 터라 처음에 숙소를 정할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서 이동이 불편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고민 끝에 3박을 모두 소소가로 예약한 이유는 밥! 밥이었어요. 어머니가 70대 중반으로 나이가 좀 있으셔서 아침식사가 무척 중요했거든요. 게다가 저녁까지 주신다니...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라 식사가 해결되면 여행이 한결 편하잖아요. 처음에는 여기 올라온 상차림 사진을 보고, 어쩌다 잘 나온 날의 밥상이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 날마다 그렇게 나오데요. 세상에나...

아침, 저녁을 그렇게 정성껏 차려주는 곳은 처음 봐요. 돼지고기 바베큐는 저녁의 주 메뉴이고, 아침에는 생선구이 등이 올라오는데, 모든 반찬 하나, 하나가 대충 만든 게 없었어요. 밥을 먹으면서 어머니와 연신 감탄을 했네요.
"엄마, 치커리도 이렇게 쪄 먹어?"
"머위도 쪄먹을 줄 모르는 사람 많은데, 세상에, 별일이다."
"엄마, 고깃국에 고명도 올라가고, 묵까지 들어갔어."
"그러게, 별일이다."
"고기를 그냥 익힌 것도 아니고 날마다 훈제로 굽기까지 하네."
"그러게, 정말 별일이다."
"계란찜에 감자도 들어가고, 방울 토마토까지 올라갔어."
일일이 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반찬이 맛있고,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저는 부모님 생신상도 그렇게 못 차려 드려요. 아마 주인장께서 한식 요리 연구가쯤 되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채소는 거의 다 직접 재배하신 것이었어요. 반찬이 남을까봐 조금씩 내놓으시지만 더 달라고 하면 더 주시고, 또 반찬이 15가지가 넘어서, 조금씩 나오지만 남김없이 다 먹으면 적은 양이 절대 아니예요. 그리고 그 많은 반찬을 일일이 다른 그릇에 내놓으시니, 설거지만 해도 산더미일 텐데...(그릇도 직접 만드신 거.) 엄마와 저는 날마다 반찬을 싹싹 비웠어요. 맛있기도 했고, 만든 정성을 생각하면 남길 수가 없죠. 게다가 저녁에는 막걸리까지 한 잔.

그 외에도 잠자리도 깨끗하고, 방이며, 마당 곳곳에 주인 내외분의 손길이 많이 느껴져 하나, 하나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화단에 어여쁜 분홍바늘꽃 무더기하며, 국화를 비롯한 여러 꽃들, 그리고 무화과, 감나무, 목화까지...

그리고 또 하나! 경주는 도심이 온통 묘이지만, 제가 본 묘 중에 가장 멋진 묘는 대릉원 묘도 아니고 바로 소소가 뒤에 있는 삼층탑 주변의 여러 묘였어요. 주변에 국화와 비슷한 구절초가 흐드러져서 커다란 묘와 어우러져 장관이더군요. 바로 아래는 도봉서당이 있고, 저 멀리 마을 너머에 또 여러 묘가 산처럼 불룩 불룩 솟아 있어서, 그걸 한눈에 내려다보면, 경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에요. 소소가에 숙박하시는 분들은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셔서 꼭 올라가보세요. 저는 2번 올라갔어요.(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사진이 2장 밖에 안 올라가네요.)

제 평생 경주 여행은 3번째인데, 이번 여행은 정말 잘 먹고, 잘 놀다왔네요. 그런데 다른 유적지보다 소소가 밥상이 제일 생각나다니... 경주에 또 올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와도 숙소는 당연히 소소가. 친구들에게도 소개하려고요.

사장님, 나흘 동안 잘 먹고, 잘 쉬었습니다. 또 뵐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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